우리노래전시회 2 (1987)

 

앨범전곡감상

 

우리노래 전시회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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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이 기획한 앨범으로 해산한 이후의 들국화 멤버들에 의한 노래 '너의 작은 두손엔'이 수록되어 있고, 다른 면에는 최구희의 곡이 실려있다. 안현이라는 팬이 보낸 예쁜 가사로 만든 '너의 작은 두 손엔'은 너무나 때이르게 맞이한 들국화의 해산이 남긴 긴 그림자를 물끄러미 응시하게 한다.- .maniadb -

1. 그런날에는 :  작사:조동익 작곡:조동익  - 어떤날
2. 코스모스  : 작사:하덕규 작곡:하덕규   -  소리둘  
3. 무용수에게 :  작사:강인원 작곡:강인원  -  강인원 
4. 이세상 사랑이  : 작사:조동익 작곡:조동익 -  정희남 
5. 북두칠성 :  작사:최구희 작곡:최구희 -  박진영  
6. 너의 작은 두손엔 :  작사:안현이 작곡:들국화  -  들국화  
7. 먼곳에 있는 너에게 :  작사:박주연 작곡:하광훈  -   박주연 
8. 나는 떠나가야 하리  : 작사:이주원 작곡:이주원   -  따로또같이  
9. 기쁨 보리떡 :  작사:하덕규 작곡:하덕규  -  시인과촌장  
10 .고향의 봄 [건전가요]    Various Artists   

기획 : 최성원
레코딩 엔지니어 : 윤원준
레코딩 스튜디오 : 한국음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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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 한국음반스튜디오
녹음엔지니어 : 윤원준
표지그림 : 하덕규
기획 : 최성원

 

참고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lUt34WFXUdHVskZMbz6D0x5pOs5KpFpWY

 

우리 모두 여기에 모여 부르는 동심의 노래들

 

‘1985년 들국화의 주류 돌파와 더불어 언더그라운드가 지상으로 분출했다’라든가 ‘이들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은 동아기획에 모여 있었다’라는 등의 표현은 이제는 다소 지겨운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그때만큼 좋았던 시기가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이 해마다 개최했던 합동 공연의 이름인 ‘우리 모두 여기에’처럼 비슷하면서도 상이한 갈래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한데 모여 집단적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더그라운드의 집단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만든 기폭제가 1984년에 나온 ‘옴니버스 음반’ [우리노래 전시회]라는 것, 그리고 이 음반의 기획자가 최성원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3년 뒤 ‘우리노래 전시회’라는 이름의 두 번째 기획이 나왔다.

 

기획자는 여전히 최성원이지만 3년 사이에 꽤 많은 것이 변했다. 무엇보다도 들국화의 ‘라이브의 행진’이 멈출 줄 모르고 진행되다가 급제동을 걸고는 멈춰 버린 사실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에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들국화의 원년 멤버들이 녹음한 마지막 음원'(지금까지도 그렇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뒷면 첫 곡인 “너의 작은 두 손엔”이라는 곡이 그것이다. 뒷사정을 아는 사람은 이 곡이 당시의 한 대기업이 주최한 자선 행사를 통해, 그리고 이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들국화의 ‘정규’ 곡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그리고 수많은 공연과 행사로 소진되어 버린 들국화의 멤버들에게서 청중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할 만한 필살의 곡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들국화의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인지 이 앨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는 어떤날과 시인과촌장, 정확히 말하면 조동익과 하덕규다. 조동익은 어떤날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2집에 실리게 될 “그런 날에는”을 앞면 첫 곡으로 실었고, 오래된 곡이지만 “이 세상 사람이”를 정희남의 목소리를 통해 재해석했다(참고로 이 곡은 [우리노래 전시회]에서는 양병집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곡이며, 정희남은 뒤에 신촌 블루스에 가담하는 보컬리스트다). 한편 하덕규는 소리두울에게 “코스모스”를 작곡해 주었고, 동화적 정감으로 가득한 “기쁨 보리떡”을 (건전가요를 제외한)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장식해 주었다. 특히 후반부에 “나뭇잎 배”의 합창이 나오는 부분은 ‘일요일 오후의 아련한 정서’에 딱 어울리는 곡이다. ‘계집애가 부르는 노래’라는 표현에 어울릴 소리두울의 노래도 이런 동심의 정서와 거리가 멀지 않다.

 

따로또같이(이주원, 나동민)의 “나는 떠나가야 하리” 역시 이런 아련한 정서를 표현하는 데는 뒤지지 않는 곡이자 이주원의 오랜 경력을 고려한다면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한국 포크를 이끌어 오는 인물이 1980년대 말에 어떤 소회를 품고 있는가를 엿들을 수 있는 곡이다. 한편 강인원, 하광훈, 박주연처럼 곧 가요계에서 작곡가와 작사가로 성공을 거둘 이들의 이름이 있는 것은 [우리노래전시회 4]에 김형석의 트랙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아기획산(産) 음악이 ‘한국에서나 언더그라운드라고 불릴 뿐 정상적인 나라라면 음악성을 갖춘 주류’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앨범에서 특이한 트랙이라면 최구희가 작곡하고 박진영이 부른 “북두칠성”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를 중심으로 하고 필요한 만큼의 록 밴드의 세션을 추가한다’는 동아기획 사운드의 공식과는 달리 하프를 연주하는 듯한 피아노의 타건에 이어 피아노, 관악기, 현악기의 성긴 편곡만으로 이루어진 사운드에 어린아이의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는 뉴 에이지 풍의 무드를 자아내면서 우리가 ‘동심(童心)’이라고 부르는 것의 이면을 들춰 보인다. 불행히도 이런 시도가 이후 계승되지는 못했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트랙이다.

 

[우리노래 전시회]라는 기획의 목표가 새로운 음악과 신인의 발굴이라면 이 앨범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 같지는 않다. 소리두울과 박진영을 제외한다면 ‘신인’이라고 할 만한 음악인이 없으며 대부분의 트랙들이 이미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음악인들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들국화 이후’의 새로운 음악성의 맹아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동아기획이라는 존재가 외형적으로는 아직 건재하고 있기는 하되 내부의 동력은 이미 고갈되고 있었다는 말도 될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이런저런 곡들을 잘 골라서 봉합해낸 기획자 최성원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난 뒤 이 음반을 들으면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만족스럽지는 않고 그나마 좋았던 시절도 지나가고 있다’는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기능적’으로 말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다가 이런 정서가 생길 때 들으면 좋을 음반이다. 이런 정서는 마지막 트랙에 ‘건전가요’로 수록된 “고향의 봄”의 합창을 들으면서 절정에 이르고 노래가 끝나고 침묵이 흐르면 잔잔한 파동이 방안 여기저기를 흐를 것이다. 대상은 불명확하지만 작별인사를 치러야 할 것 같다. 안녕!

 

20030722 | 신현준 homey@orgio.net

 

 

P.S. 신인들의 발굴은 1년 뒤의 [우리노래 전시회 III]에서 이루어진다. 이 앨범에는 박학기, 푸른 하늘, 꼬마자동차, 김용덕(16년 차이), 엄인호와 정서용, 들불 등의 트랙이 실려 있다. 이런 시도가 앨범으로서의 일관성을 갖추었는가는 다른 문제지만.

 

참고 : https://www.weiv.co.kr/archives/9789

 

배리어스 아티스트 | 우리노래 전시회 II (1987) | [weiv]

배리어스 아티스트 - 우리노래 전시회 II - 동아기획/서라벌(VIP 2035), 1987 우리 모두 여기에 모여 부르는 동심의 노래들 '1985년 들국화의 주류 돌파와 더불어 언더그라운드가 지상으로 분출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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