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주 - 물놀이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주제곡)

전곡 감상

한태주 1집
앨범명 '하늘연못'

1. 하늘연못
2. 바람
3. 고구려 벽화의 노래
4. 노을꽃
5. 물놀이
6. 연꽃 위에 내리는 비
7. 지리산
8. 산사의 새벽
9. 들
10. 생명의 강

CREDITS

프로듀서 : 한치영
레코딩 엔지니어 : 김승훈
믹싱 엔지니어 : 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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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ARINA : 한태주
GUITAR : 함춘호
KEYBOARD : 송태호, 한태주(9번 트랙)
BASS : 신현권
DRUM : 배수연
PERCUSSION : 박영용
VOICE : 한치영
RECORDING STUDIO : BR & HOON STUDIO
photo : 박철영


신나라
NSC-062, CD
2002. 8. 1

천상의 맑은 기운을 담은 흙피리. 지리산 산골 소년 한태주의 창작 연주집.
오로지 산과 들에서만 음악을 익혔다는 한태주군은 대자연의 품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순수한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는 흙피리 신동으로 그는 아버지 한치영씨에게 음악에 대해 배웠다고. 세상에 맑음과 밝음의 기운을 흙피리를 통해 흘려보내는 그의 음악은 이 땅을 살려내는 하늘의 음악이다.  - yes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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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눈을 돌려도 보이는 것은 산뿐이다. 이 곳도 세상으로부터는 한참 떨어진 것 같은데 그는 “텔레비전도 전화도 따라올 수 없는 아주 깊은 곳에 들어가 한 2년 ‘공부’하듯 살고 싶었다”고 한다.

그 공부란 단순간결해지기 위한 것이고, 에너지를 잡다하게 흩뜨리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 몰두하기 위한 것.경남 하동군 악양면 신흥리. 마을에서도 깊숙하게 들어가야 하는 집에 노래를 하는 한치영씨와 아내 김경애씨, 그리고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아들 태주 세 식구가 살고 있다.

1년여전에는 전북 순창에서 살았다. 그 이전에 옮겨다닌 주소지만 대충 꼽아도 화순 강릉 해남 양평…. 왜 그렇게 떠돌았느냐 물었더니 “집이 없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태주는 “겨울에도 손이 곱지 않는 집에 처음으로 살아봐서 지난 겨울이 좋았다”고 한다. 이 집도 이러저러 인연이 닿아서 잠시 살게 됐을 뿐, 그들에게 소유나 안주의 개념은 없다. 유목민이 ‘지금 이곳’에 집착하지 않듯, 소유를 최소화하듯. 욕망이 있다면 단지 ‘좋은 음악’을 향한 것. 그 욕망도 부자유한 것이 아니어서 “내가 진정으로 마음 바치면 물흐르듯 좋은 음악으로 당도해갈 것”이라는 믿음일 뿐이다.

82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탄 이래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한치영씨는 그간 ‘할미꽃’‘이것 참 잘 돼야 할텐데’‘아 해남’‘광개토대왕’ 등 4장의 음반을 냈다. 올 가을께는 신동엽 박남준 정우일 같은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시인들의 노래’란 음반을 낼 계획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 속엔 자연과 생명, 역사가 담겨 있다.

“넌 몰고 싶니?/ 번쩍거리는 은색 오토바이/ 난 올라타고 싶어/ 늠름한 천리마 말잔등/ 넌 질주해보고 싶니?/ 복작거리는 도시 빌딩 사이/ 난 달려가고 싶어/ 끝없는 풀바다 고구려/ …옛날 할아비들 햇덩이 찾아 / 달려온 길 / 달려보자…”(‘고구려 아이들’ 중)

은색 오토바이를 욕망하는 세상에서 천리마 말잔등을 이야기하는 그의 노래는 돈이나 인기를 그에게 안겨주진 못했다. 하지만 유행이나 얄팍한 취향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정직하고 뜨겁게 토해낸 노래들은 그 대신에 소수의 진정한 지지자들을 얻었다. 그의 음악들은 ‘소비’되지 않고 ‘소통’한다.

애초부터 방송매체를 타는 것은 염두에도 두지 않은 그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전하는 곳은 적성댐 반대의 뜻을 모아 열린‘섬진강은 흐르고 싶다’같은 음악회나 지리산 음악회처럼 인파가 아니라 마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런 음악회들에 아들 태주와 함께 서온 지도 꽤 됐다. 태주의 오카리나 연주는 저 악기가 도대체 뭐야 라는 호기심을 낳으며 그간 많은 팬들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누군가가 태주에게 선물한 악기 오카리나. ‘한때’ 갖고 놀다가 그냥 잊어버린 채 어른이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태주에게 그것은 인생의 친구가 되었다. 두 손 안에 정겹게 ‘앵기는’오카리나와 오랫동안 놀아온 태주가 이달중 첫 음반을 낸다. ‘하늘연못’을 표제곡으로 ‘바람’ ‘고구려벽화의 노래’ ‘노을꽃’ ‘지리산’ 등 태주가 작곡한 10곡이 담겨 있다.

태주는 “오카리나가 흙으로 빚은 악기여서 좋다”고 말한다. 아버지도 태주도 “오카리나보다 흙피리란 말이 더 좋다”고 흙피리라고 부른다. 흙으로 빚어 구운 그 악기에선 자연의 소리가 난다. 맑고 깊고 섬세하다. 한치영씨는 “흙피리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새롭고 낯선 악기가 아니라 우리 고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악기인데 다만 맥이 끊기면서 우리가 그 소리와 역사를 잊어버리고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 소리는 낯가림할 새 없이 친근하게 밀착돼 온다. 태주가 자신의 곡들 속에 담은 것은 섬진강과 지리산의 바람 물 흙기운…. 몸이 어느 곳에 있든 마음을 순식간에 ‘자연’속으로 ‘공간이동’시키는 힘을 지닌 소리다.
또래들처럼 학교를 다녔다면 중3이겠지만 태주는 중학교를 가지 않았다.

“시간이나 과제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라, 해보고 싶은 것 자유롭게 해보는 삶을 살아라”는 부모의 바람처럼. 자연과 사람들이 태주의 학교다. “자연 속에 모든 가르침이 있다”는 믿음으로 이들은‘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를 아들에게 안겨준 것이다.

이제 막 여드름이 돋기 시작하는 나이. 음악하는 시간 외에는 뭐하니란 물음에 태주는 간명하게 대답했다. “놀아요”. 한치영씨가 거들었다. “논다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은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고 에너지를 회복하고 창의성과 자발성을 발휘하고….” 놀이에 담긴 순수한 몰두성과 창조적 힘을 믿는 아버지 덕에 태주는 자연 속에서 잘 놀고 있다. 자신과도 잘 놀고 있다. “걱정이 되는 것은 학교를 안 다니는 태주가 아니라 의미없는 백화점식 지식교육, 입시·입사위주 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라고 이들 부모는 단호하게 말한다.

음악하는 사람의 공부 중 으뜸은 듣는 공부. 바람소리 물소리 할 것 없이 태주는 늘 자연에 귀를 열어두고 있다.
“점점 잊혀져가는 자연의 소리, 생명의 기운을 음악 속에 담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게 이들 가족이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을 두고 “내가 좋아하는 짓만 25년 해온 사람”이라는 한치영씨는“살기 위해서 타협하는 순간 비참해진다. 괴롭고 억지스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 안에 즐거움이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와 가족들의 삶은 월급과 적금과 통장과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종류와 학교성적 같은 것들로부터 벗어나 있다. “사는 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니더라.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덜 불안하던가. 소유가 불안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또 몇 년 후쯤에는 이 땅 어디쯤에 살고 있을지 모를 세 가족이 지금 거기 지리산 아래 살고 있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글/ 남신희, 2002年, jeonlado.com

 

참고

http://www.ofof.net/doc/d20_06.htm

https://koreanjazzdb.blogspot.com/2002/08/1-2002.html

https://youtu.be/9vcNaTXvsUo?si=CL7DNE8pTV3Hn6fc

https://youtu.be/riaTzTprqKs?si=dSBSvqQtHkavdn45